서기 1592년 6월, 충주 탄금대. 보름전 부산 앞바다에 상륙한 왜군은, 이곳에서 개전 이래 첫 대회전을 겪는다. 폐퇴하던 조선군이 전열을 정비, 탄금대에 배수진 치고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 본진을 맞으면서다.
군기를 치켜 세운 이는, 당대 최고 용장 신립 장군. 북방 여진족을 상대로 이미 여러 전과를 올린 인물이다. 신립 온단 말에, 싸놨던 피난짐 푼 충주 백성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전투는 시작됐다. 태조 이성계 이래 조선군 진법의 전형은 ‘말 타고 돌격 앞으로’ 즉, 기병전였다. 늘 하던대로 충주벌판을 기세 좋게 내달리던 신립의 기마는, 몇 척 못가 고꾸라졌다. 기병의 개활지 종렬 돌격 진형은, 좌우 포진된 고니시 조총부대의 좋은 표적판일 뿐였다.
임란 이전 조선 조정과 군은 최신예 왜군 무기 조총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간과했다. 대신, 전통의 기병 전술에만 천착했다. 200년간 변화는 없었다. 댓가는 가혹했다. 전투 직후 8000의 조선군은 사실상 전멸했다. 닷새 뒤, 수도 한양은 함락됐다.
40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건설업계엔 그 때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해 온 나라를 공포에 떨게 했던 아파트 월패드 해킹 사태를 겪었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최신 보안기술 접목엔 미온적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세대간 망분리 의무화까지 들고 나섰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또다른 규제다.
신기술 도입에 인색한 건설업 특유의 보수적 분위기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랜섬웨어, 로그4j 등 해킹기술은 실시간으로 진화·발전해가고 있다. 전례 없음과 검증 부족 등을 탓하며, 첨단 시큐리티 기술 도입에 언제까지 미적댈 건가.
다행히 혁신적인 일부 대형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최근들어 정보보안에 전향적 태세 전환이 일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물리적 복제방지(PUF·Physically Unclonable Functions)’ 기술 도입 바람이다. PUF는 동일한 제조 공정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미세구조 차이를 이용, 물리적 복제가 불가한 보안키를 생성한다. PUF 칩을 단지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서버단 또는 각 세대 내 월패드 단말에 심으면 사용자 인증은 물론, 펌웨어 보호 등의 측면에서 물리적 보안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
국제표준화기구(ISO)와 세계반도체협회(GSA) 등이 ‘신뢰점’(RoT·Root of Trust) 구축의 핵심 요소로 PUF를 주목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IoT 보안 해설서>에 PUF를 ‘요구사항’으로 적시했다. PUF의 기술적 신뢰성과 경제적 효율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공식 검증된 상태다.
신무기 경시와 옛전법 맹신이 부른 장장 7년의 참화. 선조들이 피로 쓴 그날의 교훈은, 당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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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dnews.co.kr/m_home/view.jsp?idxno=202203171124579100659
서기 1592년 6월, 충주 탄금대. 보름전 부산 앞바다에 상륙한 왜군은, 이곳에서 개전 이래 첫 대회전을 겪는다. 폐퇴하던 조선군이 전열을 정비, 탄금대에 배수진 치고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 본진을 맞으면서다.
군기를 치켜 세운 이는, 당대 최고 용장 신립 장군. 북방 여진족을 상대로 이미 여러 전과를 올린 인물이다. 신립 온단 말에, 싸놨던 피난짐 푼 충주 백성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전투는 시작됐다. 태조 이성계 이래 조선군 진법의 전형은 ‘말 타고 돌격 앞으로’ 즉, 기병전였다. 늘 하던대로 충주벌판을 기세 좋게 내달리던 신립의 기마는, 몇 척 못가 고꾸라졌다. 기병의 개활지 종렬 돌격 진형은, 좌우 포진된 고니시 조총부대의 좋은 표적판일 뿐였다.
임란 이전 조선 조정과 군은 최신예 왜군 무기 조총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간과했다. 대신, 전통의 기병 전술에만 천착했다. 200년간 변화는 없었다. 댓가는 가혹했다. 전투 직후 8000의 조선군은 사실상 전멸했다. 닷새 뒤, 수도 한양은 함락됐다.
40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건설업계엔 그 때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해 온 나라를 공포에 떨게 했던 아파트 월패드 해킹 사태를 겪었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최신 보안기술 접목엔 미온적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세대간 망분리 의무화까지 들고 나섰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또다른 규제다.
신기술 도입에 인색한 건설업 특유의 보수적 분위기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랜섬웨어, 로그4j 등 해킹기술은 실시간으로 진화·발전해가고 있다. 전례 없음과 검증 부족 등을 탓하며, 첨단 시큐리티 기술 도입에 언제까지 미적댈 건가.
다행히 혁신적인 일부 대형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최근들어 정보보안에 전향적 태세 전환이 일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물리적 복제방지(PUF·Physically Unclonable Functions)’ 기술 도입 바람이다. PUF는 동일한 제조 공정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미세구조 차이를 이용, 물리적 복제가 불가한 보안키를 생성한다. PUF 칩을 단지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서버단 또는 각 세대 내 월패드 단말에 심으면 사용자 인증은 물론, 펌웨어 보호 등의 측면에서 물리적 보안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
국제표준화기구(ISO)와 세계반도체협회(GSA) 등이 ‘신뢰점’(RoT·Root of Trust) 구축의 핵심 요소로 PUF를 주목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IoT 보안 해설서>에 PUF를 ‘요구사항’으로 적시했다. PUF의 기술적 신뢰성과 경제적 효율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공식 검증된 상태다.
신무기 경시와 옛전법 맹신이 부른 장장 7년의 참화. 선조들이 피로 쓴 그날의 교훈은, 당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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